중급반으로 옮긴 후 지난 3주간 저는 수영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게 되었습니다.
수영장 물도 역대급으로 많이 마시고 공포의 수영장 20바퀴를 돌면서
멘탈이 제대로 털리고 숨이 너무 차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었던 중급반 수업을 쫓아가면서
저의 수영실력은 폭발적으로 향상되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1. 1일 대타 강사님의 활약
금일 저희 반 호랑이 쌤이 개인적인 용무로 수업을 할 수 없게 되어 대타 강사분이 1일 수업을 하기로 하셨다고 합니다. 11시 정각에 나타난 그는 캘리포니아 해변가에서 서핑을 즐기는 미드의 남자 주인공 같은 이미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느낌 좋은 (요즘은 느,좋,남이라고 하더라고요 ㅋㅋ) 이 1일 강사님이 어떻게 50분 동안 수업을 하실지 저희는 매우 궁금했습니다. 킥판 붙잡고 발차기로 시작해서 자유형 2바퀴 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다음에는 오늘 특별히 배우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으셔서 다른 수강생들이 묵묵부답인 틈을 타 재빨리 어필했습니다. "접영 팔 돌리기요! 발차기까지만 진도를 나가서요." 제가 큰소리로 어필을 하자,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그럼 접영을 다 같이 한번 해보자고 했습니다. 접영을 할 줄 아는 다른 수강생들은 이미 출발을 했고, 발차기만 할 줄 아는 저는 팔을 어떻게 돌리는지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부담 없이 천천히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사실 강사마다 수업 방식이 다르겠지만, 이렇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수업을 리드하는 방식이 저에게 잘 맞는다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저는 오늘 열심히 접영 팔 돌리기를 해보았고, 생각보다 잘 안되서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저스트 두 잇 (Just Do it)
어느 정도 접영을 배우다가 1일 강사님은 접배평자로 2바퀴 돌라고 하셨습니다. "헛, 이거 개인 혼영 아닌가. 근데 난 접영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는데?" IM은 Individual Medley의 약자로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을 차례로 25M씩 수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접영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저도 혼영을 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양팔로 저을 줄을 모르면 한 팔로 저으면 되고 그것 자체가 접영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한 팔로만 접영을 일단 하고, 그 다음부터는 배영, 평영 자유형을 차례로 진행했습니다. 일단 하고 나니 나도 이걸 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구나, 하면서 새삼 감격스러웠습니다. 7개월 전만 해도 물이 무서워 아무것도 못했던 제가 이제는 IM을 하게 된 것입니다. 'Just Do it' 나이키의 슬로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포츠인들에겐 정말 와닿는 문구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3. 1일 강습의 하이라이트
IM을 마친 수강생들이 숨을 고르고 있는데, 1일 강사님이 폭주를 합니다. 진도나가는 김에 팍팍 나가보자고 결심하셨나 봅니다.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빠르게 진도를 나가시는 우리의 1일 강사님 덕분에 큰 거 하나 또 배우게 됩니다. 처음 시작할 때 두 팔 모아 유선형으로 글라이드 하면서 돌핀킥 3번 차고 수면으로 브레이크 아웃 후 자유형으로 가기. 오늘 강습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평소에 올림픽 경기나 유튜브에서 수영 선수들이 하는 것을 보고 멋있다고만 생각했지 오늘 내가 이 것을 하게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1일 강사님이 알려주시니까 기대하지 았았던 로또에 당첨이라도 된 듯 신이 났습니다. 물론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팔을 앞으로 겹치도록 쭉 뻗은 상태에서 돌핀킥을 차다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처음 배우고 연습을 계속하면 곧 마스터하게 되리라는 확신은 들었습니다. 앞으로 4개월 더 하면 수영을 시작한 지 1년이 되는데, 그때 모든 영법을 구사하고 돌핀킥도 자연스럽게 곧잘 하는 제모습이 벌써 상상이 되고 신이 납니다. 아무튼 그렇게 수업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시고 1일 강사님과 작별을 하게 됩니다. 너무 아쉽고 다음에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4. '수영 많이 늘었는데요?'
무언가를 몰입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을 받으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엄마, 연인, 스승과 같이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주기보다는 사심이 들어가는 멘트를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들은 칭찬은 그동안 수영을 배우면서 힘들었던 순간과 기억을 한 번에 싹 지워주고 노력에 대한 보상과 같이 달콤하게 들렸습니다. 비록 저희 반 선생님이 아니라 옆옆 레인에서 다른 반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이 해준 칭찬이긴 했지만, 누군가는 내 노력을 알아봐 준다는 생각에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습니다. 그래, 이 기세로 1년까지 해보자. 실력이 정말 폭발적으로 늘어있는 나를 기대하며,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수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급 강습 이야기 4 (feat. 마이테르) (8) | 2025.04.06 |
---|---|
중급 강습 이야기 3 (0) | 2025.03.16 |
신예 수영스타 <서머 매킨토시> (0) | 2025.03.05 |
수영 용어 30선 (0) | 2025.03.02 |
중급 강습 이야기 (2) | 2025.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