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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초급과 중급 사이 2

by 스윔달링 2025. 2. 16.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지 6개월째 접어든 저에게 컨디션 난조와 체력 저하라는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저는 무사히 접영까지 마스터할 수 있을까요?
 

1. 로망과 현실의 갭

새벽 수영에 대한 로망이 너무 컸던 것일까. 새벽에 수영을 하면 상쾌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거 하나 빼고는 모든 게 힘들었습니다. 새벽으로 시간을 옮긴 지 4개월이 되었는데 적응은 커녕 아직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고,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장시간 운전을 해서 수영장에 간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현재 중급반에서 배우는 스킬들을 헤쳐나가고 있는데 새벽에 장시간 (집에서 수영장까지 자차로 40분 정도 거립니다 ㅎㄷㄷ) 운전을 해서 도착하면 이미 기력이 빠져 있어 그러한 스킬들을 소화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게다가 어느 정도 몸이 풀린 상태로 수영을 할 때와 아닐 때의 차이도 심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 장시간 운전을 하고 수영장에서 도착해서 물에 바로 들어가면 몸이 덜 풀려서 발차기조차 몇 배로 힘들게 느껴졌으니까요. 이제 결심해야 했습니다. 과연 이렇게 새벽 수영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오히려 수영실력이 늘지 않고 있는 원인이 아닌지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는 타이밍이 온 것입니다. 
 

2. 공포의 자유형 20바퀴 

자유형 스트로크를 연습할 때 4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롤링을 익히기 위한 것인지, 오른쪽과 왼쪽으로 번갈아가며 몸만 틀면서 발차기로만 전진하는 1단계. 한쪽 팔만 쭉 뻗어 물을 눌러주면서 발차기로만 전진하는 2단계. 물잡기 하면서 몸통 롤링하면서 발 6번 차고 팔 리커버리 하는 3단계. 마지막으로 양팔 앞으로 펴고 자유형 스크로크만 번갈아가며 계속하는 4단계까지, 이 모든 단계는 자유형 스트로크가 완성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습 방법인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더군요. 저희 호랑이 선생님이 3단계와 4단계를 각 10바퀴씩 총 20바퀴를 돌라고 하시는 겁니다. 아무리 스노클과 오리발을 끼고 있다고 한들 왕복 20바퀴를 쉬지 않고 돈다는 것은 처음 겪는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이걸 해내야 숨이 트여!! 해야만 해!!" 너무 하기 싫어하는 저를 보며 선생님은 팩폭을 날리셨습니다. 이 정도 훈련은 거뜬히 해내야 어느 정도 체력과 호흡이 가능해지고 오히려 다른 스킬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20바퀴 자유형 돌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10바퀴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그러다가 4단계로 바꾸고 4바퀴 돌때쯤 갑자기 옆구리 쪽에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무리해서 호흡을 하면 종종 옆구리와 윗배에 그렇게 통증이 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강도가 심했습니다. 당황한 저는 결국 14바퀴 재에서 멈추게 되었고, 20바퀴 한 번에 왕복하기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 뒤로 한 8바퀴를 더 돌게 하셨는데 어쨌든 중간에 끊겼으니 완주를 하지 못한 거라고 하셨고 제 자신에게 많이 실망했습니다. 
 

3. Go Back to 11시 타임

수업 내내 맥을 못추는 저를 보며 선생님은 처음으로 부드럽게 물어보셨습니다. "어디 아파요??" 발차기하면서도 헥헥거리고 20바퀴도 돌지 못하고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시계만 쳐다보는 제가 평소 같지 않다고 느끼셨던 겁니다. 그랬습니다. 저는 한계에 부딪혔던 것입니다. 새벽 수영의 로망은 내가 돌핀킥만으로 10미터를 갔다가 수면에 올라가는 순간 접영으로 물살을 가르면서 골인하는 실력자가 되는 그날 여유 있게 즐기는 것을 하고, 지금은 열심히 실력을 쌓고 체력을 길러야 할 때인 만큼 컨디션 관리를 위해 11시 타임으로 돌아가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벽 수영을 하면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난 것 같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처음에 생겼던 것이 사실이지만, 내 몸은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너에게는 어울리지 않다고 말이죠. 각자 자신의 바이오리듬에 맞는 시간대가 있을 것이고,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감상 리뷰를 올렸던 수영인 영화 <여인과 바다>의 주인공 트루디 에덜리 같은 분을 생각하면 한없이 나약한 저이지만, 그래서 그런 전설의 수영인들이 일반사람하고는 차원이 다른 거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 25M 몇 번 왔다 갔다 가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해협을 건널 수 있는 걸까요? 갑자기 또 존경심이 마구 샘솟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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