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유 수영의 맛
함께 있으면 너무 유익하고 좋은 사람들이지만 이따금씩 선생님의 잔소리(?)와 수영장 선배 회원님들의 오지랖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온전히 나만의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허락된 그 시간이 내겐 너무 소중합니다. 미친 듯이 2시간 동안 수영만 하다 보면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라도 한 듯 이상한 우월감이 생기고 스포츠맨십까지 느끼게 됩니다. 자유 수영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재미와 스릴이 있죠. 특히 내가 진짜 잘하고 있는지 일일히 신경 쓰고 자세를 의식하면서 수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긴장이 풀리면서 오히려 수영을 하는 자세가 더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배우지는 않았어도 평소에 유튜브 영상을 보며 따라 해보고 싶었던 돌핀킥과 플립턴을 혼자 시도해 볼 수도 있는 그런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연습하고 그 시간을 즐기다 보면 2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어떤 사람들은 2시간 동안 계속 수영을 할 체력이 받쳐주냐고 물으시는데, 어떤 것에 몰입해 있는 상태라면, 네 가능합니다. 나를 괴롭혔던 잡생각들이 사라지고, 내 호흡소리만이 물속에서 미세하게 들리는 매우 고요하고 평화롭지만 나 혼자 굉장히 치열해지는 아주 멋있는 그런 순간인 것입니다.
2. 반복적인 연습만이 실력 향상의 길이다
"힘들어도 한 20분 더 연습하고 가세요!"
오늘도 나의 호랑이 쌤은 수업이 끝날 무렵 파김치가 되어 수영물에서 어서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내 뒤통수에 대고 이렇게 말을 하셨습니다. 더는 발을 차고 나갈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려 해도, 그의 매서운 눈빛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렇죠. 수영실력이 느는데 지름길은 없습니다. 반복적으로 꾸준히 연습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인 것입니다. 마치 연금술을 연마하듯 말이죠. 왜 그러냐 하면, 우리의 뇌는 신체가 반복적으로 무언가를 할 때 그대로 기억을 하고 나중에 똑같이 재생을 합니다. 처음에 물속으로 얼굴을 담그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저는 당연히 호흡을 어떻게 하는 줄도 몰랐고 심지어 물도 무서워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물속으로 얼굴을 담그고 코로 숨을 내뱉는 법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습니다. 킥판 없이 몸이 뜨고 발차기만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된 것도 그러한 원리이죠. 처음에는 킥판을 붙들고 몸이 물에 떠 있어야 발차기가 가능했고, 그 상태로 한동안은 발차기만 연습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쌤이 킥판을 빼버린 걸 모른 채 발차기를 하며 앞으로 혼자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죠. 바로 그것입니다. 반복적으로 무언가를 계속하다 보면 뇌를 그것을 학습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동출력하게 됩니다.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각 영법에 맞게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세부적인 부분을 다듬어 나아가다 보면 모두가 수영장에서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멋있는 수영실력을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3. 옆 레인에서 강습받는 어린 수애기들
돌고래를 제주 방언으로 '수애기'라고 합니다. 제주도 바다 등지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돌고래는 행운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자유수영을 하러 갔을 때 저와 함께 수업을 듣던 성인 수강생들은 온데간데없고 귀여운 꼬마 수강생들이 옆 레인에서 킥판을 부여잡고 발차기를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곤 합니다. 수영을 하는 어린아이들을보면 마치 어린 돌고래가 바다에서 이제 막 헤엄치는 법을 배우고 부지런히 따라 하는 모습과 매우 닮아있습니다. 그중에는 국가대표를 꿈꾸는 유망주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렇게 작은 몸으로도 시원시원하게 자유형과 배영을 하며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역시 수영은 체구의 문제가 아니라 스킬의 문제구나! 감탄하는 사이 연체동물처럼 유연한 아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게 됩니다. 난 왜 저렇게 안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부러운 유연성을 바라보며 이래서 국가대표 선수처럼 아이가 성장하려면 7세~10세 때부터 수영을 시작하라고 했구나 싶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체내에 영법이 익혀지는 게 가능한 나이이고,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서 폭발적인 힘이 받쳐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테니까요. 수영을 취미로 시작한 저도 한 마리의 돌고래처럼 유연하게 어서 돌핀킥을 차며 레인을 가로지르고 싶습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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