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 수영과 호랑이 쌤
초반에 저는 반을 한번 옮겼습니다. 처음 등록할 때 오전 11시 수업반이었는데, 수업을 들은 지 딱 한 달 정도 되었을때 갑자기 코로나에 걸려 한 2주를 못나갔습니다. 그 사이에 그 반은 다른 수강생분들이 등록을 해서 자리가 없었고, 이렇게 되는 것도 운명인가보다 하면서 다른 시간대의 반으로 옮기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때 가능한 반이 새벽 6시 타임이었습니다. 아침 잠이 많은 내가 새벽 6시라...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때 일어나서 수영을 갈 수 있을까, 스스로 몇번을 되물으며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생각을 해 보았으나 이때가 아니면 수영을 배우기는 어렵다고 판된되어 무리를 해서라도 새벽 반 수업을 듣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집에서 수영장까지 운전해서 가는 데 40분 정도 걸린다는 사실입니다. 6시 수업을 들으려면 적어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정신차리고 운전을 해서 5시 45분 정도에는 수영장에 도착을 해야 환복을 하고 입수 준비를 완료할 수 있다는 있다는 것인데, 못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예상했던 대로 고통스럽더군요. 새벽 5시 정도에 일어나서 잠을 깨기 위해 찬물 한컵 바로 원샷하고 세수도 안한 채 부랴부랴 수영장으로 출발해야 했습니다. 특히 요즘같은 겨울에는 새벽에 외출하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수영장에 도착해보니, 새벽 수영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제가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이 새벽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러 오는 구나,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열정도 느껴졌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새벽 수영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새벽반 수영 강사님이 스파르타식으로 상당히 무섭게 가르치기로 유명한 분이셨습니다. 그 쌤이 가르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특유의 날카롭고 매서운 지적과 자비없는 수업 강도에 약간 놀랐습니다. 하지만 기초를 튼튼하게 하고 실력을 배양하는데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좀더 겪어보니 쌤은 수업할때는 무섭지만 굉장히 정이 많고 수강생들을 아끼는 분이셨습니다.

2. 반가워, 스노클과 숏핀아
"다음주부터 센터스노클하고 숏핀 준비해오세요."
초급반 수업 들을때, 옆 레인에서 중급반 회원님들이 머리 하나씩 무언가를 착용하고 왔다갔다하던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저건 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내내 궁금하긴 했습니다. 새벽반으로 옮긴지 4개월 째가 된 얼마 전, 수영쌤은 저에게도 드디어 센터 스노클과 오리발을 준비해오라고 하셨습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열심히 뒤져가며 후기가 좋은 제품을 찾아내 구입을 완료한 후(어떤 제품을 구매했는지는 다른 페이지에서 소개할 예정입니다) 어깨뽕이 한껏 올라간 채, 강습을 나갔습니다. 스노클과 오리발 모두 화이트 컬러로 장만했는데, 같이 수업듣는 회원님들이 흰색 오리발은 처음 봤다며, 너무 예쁘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아이들을 아직 어떻게 사용하는 지 모르지만 너무 재밌을 것 같다는 확신은 들었습니다. 이윽고 스노클부터 머리에 착용을 하고, 호흡을 시작했습니다. 입으로 계속 숨을 쉬면서 이따금씩 코로 공기를 내뿜어주면 된다...고 하셨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물속에서 처음 호흡을 해보려고 하니 역시 잘 되지 않았습니다. 입으로 연결된 관으로 자꾸 물이 들어와 들이 마시게 되고 급기야 코로 숨을 쉬려고 하는 멘탈 붕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입으로 편안하게 숨을 내쉬려고 노력하니, 물속에서 호흡을 하는 제 숨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습니다. 스노클로 호흡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25M 레인을 기본적인 발차기만 하면서 그렇게 스노클만을 통해 호흡하면서 왔다갔다 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수영쌤 말씀으로는 스노클 호흡이 하루만에 안되는 사람도 있다며, 처음인데 잘 적응한 편이라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어느정도 스노클 호흡에 익숙해졌을 때, 오리발을 착용하라고 하셨습니다. 난생 처음 신어보는 오리발이었지만 인어공주가 나오는 애니와 영화는 많이 보았기에 그와 비슷한 자태를 상상하게 되더군요. 일단 오리발을 신고 처음 발차기를 했을때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발차기를 하는데 오히려 불편한 느낌만 들었는데, 그것은 제가 오리발을 신고 제대로 발차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을 누르듯이 부드럽게 발차기를 하는 순간, 갑자기 순식간에 스피드가 붙어 어느새 25M 앞까지 도착해있었습니다. 그 다음은 자유형 팔돌리기와 함께 발차기를 해보았는데 팔을 같이 저어서 그런지 발에 모터를 단 것처럼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상 짜릿한 오리발 아니, 숏핀의 세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경험을 하고 나니 이 맛에 수영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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