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이 마흔셋에 찾아온 우울
혼자서도 잘 놀고 항상 바쁘게 살던 저에게도 매일 반복되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든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자꾸만 아래로 무겁게 가라앉는 마음을 이겨내기 위해 한동안 지인들과 만나 술을 마셔 보기도 하고, 넷플릭스 최신 프로를 정주행 해보아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정신 건강과 신체건강은 결코 별개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마음이 우울하고 건강하지 않으면 반드시 신체적으로도 이상 반응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저 같은 경우 단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탓에, 하루에 사탕 한봉지는 거뜬하게 비우곤 했습니다. 그런대 단 음식을 먹으면 체내에서 설탕과 단백질이 반응하여 세포 손상과 염증을 유발하는 AGEs라는 물질을 생성하고, 암 발병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고 합니다. 암까지는 아니어도 자궁 근종과 림프절 부종과 같은 증상이 있었고, 당수치가 늘 높은 편으로 검진 결과를 받아온 저는 이제는 더 이상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단 음식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대신 열정적으로 푹 빠져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했습니다. 무언가에 빠져 있을 때, 우리의 뇌는 마치 방탄조끼를 입은 것처럼 외부로부터의 위협이나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시킬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2. 수영, 내가 선택한 몰입
그렇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제가 선택한 운동은 수영입니다. 수영을 고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물속에서 헤엄을 치면 일단 스트레스가 풀리고 잡념이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푸른 바다 속은 아니어도 25M 레인을 가로지르며 한 마리 돌고래처럼 유연하게 헤엄쳐 나가는 나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생겼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나이를 고려했을때, 관절에 무리가 안 가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운동은 수영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영장을 태어나서 아예 안가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 자유수영 조금 해보고, 가족들과 바닷가도 몇 번 놀러 갔습니다. 하지만 20대 초반, 언니와 계곡으로 래프팅을 하러 갔다가 급물살에 휩쓸려 죽을 뻔한 사고를 겪고 나서부터는 수상 스포츠나 물놀이는 접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40대로 접어들면서 내 몸이 굉장히 뻣뻣하고 유연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따금씩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등장하는 여배우들의 수영복 입은 자태를 보면서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스포츠 중의 하나가 단연코 수영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영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졌습니다.
3. 제주도 수영장이 좋은 이유
마음을 먹으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타입이기에, 망성임없이 작년 7월 성인 초급반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등록을 했습니다. 강습비는 16만원, 주 2회 총 8번 수업이었는데, 과연 내가 빠지지 않고 출석하고 꾸준히 수영을 배워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제가 지금 살고 곳은 제주도로,10년 전 서울에서 가족들과 이주를 했습니다. 어렸을 때 어쩌다 수영장을 가면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물에 들어가기도 전에 긴장을 하게 되고, 어색하고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적응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주도에 있는 수영장은 천연 해수풀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었습니다. 보통 입구에서부터 진동하는 수영장 락스물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대신 자연스러운 바다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평온하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수영을 배우실 분들은 이 부분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현재 강습 진도
수영은 전혀 할 줄 모르는 그야말로 생초보였던 제가 시작한지 5개월이 된 지금은 평영까지 곧 잘(?) 하는 정도입니다. 그 어렵다는 자유형, 배영을 거쳐 평영을 마스터하고, 저번 주부터는 접영 발차기에 들어갔습니다. 얼마 전에는 강사님이 센터 스노클과 오리발 (전문용어로 '숏핀'이라고 합니다)을 사 오라고 하셨는데, 드디어 접영을 들어가기 위해 말씀하신 것 같았습니다. 저와 함께 수업을 듣는 수영 친구도 생겼는데, 앞으로 좀 더 자세하게 얘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한 마리의 돌고래처럼 수영하게 되는 그날까지 나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모든 수영 비기너(Beginner) 분들도 화이팅입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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