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강습을 받고 있는 수영장은 수업 자체의 강도가 높은 편입니다. 강도가 높다는 것은 새로운 스킬이나 재미 위주보다는 지구력 훈련과 자세 교정이 중점이 되어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타일이 저하고 잘 맞아서 그 어느 때보다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왜 잘 맞는가에 대한 답은 굉장히 간단하게 나왔습니다. 저는 몸을 혹사시켜 제 멘탈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케이스인 것입니다. 지구력 훈련을 위한 장거리 훈련 같은 경우, 많은 회원님들이 두려워하는 시간이면서 엄청난 인내와 의지로 이겨내야 하는 관문 같은 수업입니다. 그 훈련을 어떻게든 소화를 하고 나면,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그 어떤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도파민이 터지면서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해냈다는 기쁨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신체를 혹사 시킨다고 해서 해하는 것과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니까 건강한 방식으로 적절하게 신체를 피곤하게(?) 만들면 흔히 말하는 잡생각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다소 무겁지만 몸을 혹사시켜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심리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정신적인 고통은 사실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특별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는 일터에서, 가정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심지어 연애를 하면서도 이러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쇼핑이나 SNS,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신다면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모든 것이 악화될 뿐입니다. 따라서 그 대안책으로 이러한 신체 단련을 통해 정신건강을 도모하는 것을 저는 선택했고,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몸을 혹사시켜 정신 건강을 유지하려는 행위를 심리학에서는 다음과 같은 용어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제가 수영을 통해 정신적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는 두 가지 개념 모두 적용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개념과 예시를 한번 보시면서 내가 어떨 때 격렬한 운동을 하게 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실 거예요.
✅ 1. 신체적 자기치료 (Physical Self-Therapy)
: 신체 활동을 심리적 치유나 감정 조절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의도적으로 몸을 움직여 정신적인 고통을 다루려는 행위입니다.
● 상황 / 신체적 자기 치료의 예시
우울감을 느낄 때
격한 러닝, 등산 등으로 감정 해소
불안할 때
반복적인 요가 또는 깊은 스트레칭을 통해 진정
트라우마가 있을 때
매일 규칙적으로 격투기 훈련으로 감정 제어
감정 표현이 어려울 때
고강도 운동으로 화나 슬픔을 몸으로 표출
무기력할 때
육체를 일부러 지치게 만들어 뇌를 ‘리셋’하려 함
● 특징: 자기 돌봄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과하면 자기 혹사, 과훈련, 운동 중독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 ✅ 2. 행동 기반 대처 (Behavioral Coping)
: 스트레스나 감정적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행동으로 반응하는 전략입니다. 감정을 해소하기보단 문제를 피하거나 견디기 위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 상황 / 행동 기반 대처의 예시
실연 후 감정 회피
밤늦게까지 무리하게 일하거나 운동하며 감정 피하기
상실감을 느낄 때
청소, 정리, 달리기 등 끊임없는 활동에 집착
불안할 때
SNS 과다 사용, 쇼핑, 폭식 같은 행동 반복
죄책감을 느낄 때
몸을 혹사하거나 금욕적 생활로 자기 통제 시도
무력감 극복 시도
무리한 자기개발 또는 운동 루틴으로 자신감 회복 시도
● 특징: 행동은 겉으로 보기엔 “건강해 보일 수 있지만” 감정의 회피나 통제 욕구가 중심일 수 있음.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겪는 멘털 문제 때문에 일상에서 그 스트레스나 화가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 알아볼게요.
✅ 1. 대리 방출 (Catharsis, 카타르시스)
🔹 정의: 억눌린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신체적 혹은 감정적인 방식으로 해소하려는 행위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어렵거나 억눌렀을 때, 다른 방식으로 발산하여 심리적 해소를 느끼는 것입니다.
🔹 메커니즘: 억제된 감정(분노, 슬픔 등)이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되면 긴장이 심해지므로, 이를 신체 활동, 감정 표현, 예술, 스포츠 등으로 '대신' 발산함. 정화 효과(Purification)로 인해 일시적으로 마음이 가벼워짐.
🔹 예시: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거나 베개를 때림 울 수 없는 상황에서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림 스트레스 받을 때 격한 운동(복싱, 헬스, 러닝)으로 해소 음악이나 미술로 감정을 표현하며 안정 찾기 ✅ 2. 자기 처벌 (Self-Punishment)
🔹 정의: 자신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줌으로써 죄책감, 수치심, 분노 등을 다루려는 심리적 행위 자신을 벌함으로써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려 하거나, 감정의 원인을 '내 탓'으로 돌리는 무의식적 행동입니다.
🔹 메커니즘: “내가 괴로우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무의식적 사고 외부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 자해, 자기 비하, 혹은 자신을 혹사시키는 행동으로 나타남
🔹 예시: 시험에 실패한 후 일부러 밥을 안 먹거나 잠을 줄임 인간관계에서 실수한 뒤 자신을 혹독하게 비난하고 자책 직장에서 실수한 후, 스스로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여 괴로운 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몸을 힘들게 운동 ✅ 3. 행동 중독 (Behavioral Addiction)
🔹 정의: 특정 행동(운동, 일, SNS, 섹스, 쇼핑 등)에 통제력을 잃고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상태. 이 행동은 기분을 일시적으로 좋게 만들지만, 결국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음.
🔹 메커니즘: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고, 행동을 통해 감정 회피 반복적인 행동이 뇌에서 보상(도파민)을 유도 → 중독처럼 굳어짐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다 감정 마비를 선택
🔹 예시: 우울할 때마다 무리한 헬스 중독 불안할 때 스마트폰을 수시로 확인하거나 SNS 몰입 감정이 고통스러울 때 폭식, 혹은 무절제한 쇼핑 상실감이나 무기력함을 느낄 때 일에 몰입해 ‘워커홀릭’화 ✅ 4. 보상 (Compensation)
🔹 정의: 자신이 느끼는 결핍, 부족함, 열등감 등을 다른 영역에서의 성취나 과도한 노력으로 채우려는 심리적 기제. 부족한 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메우는 것이 핵심입니다.
🔹 메커니즘: "내가 이건 부족하지만, 다른 걸로 만회할 수 있어" 자존감을 지키거나 회복하려는 방식 건강하면 긍정적이나, 과도하면 강박적 성취욕이나 자기 학대로 변질
🔹 예시: 학업 성적이 낮은 사람이 운동으로 인정받으려 함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이 성격, 유머로 주목받으려 함 가난하게 자란 사람이 과도하게 돈을 벌거나 과시함 감정적으로 고립된 사람이 끊임없이 도움을 주며 존재감을 증명하려 함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위의 개념과 예시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갑자기 미치도록 수영이 하고 싶다고 느꼈던 때가 모두 이 4가지 예시에 해당이 되기 때문입니다. 분노의 감정을 느꼈을 때 해소할 곳이 필요했고,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하게 되는 순간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 일의 성과가 잘 나지 낳아 운동으로 보상받고 싶었을 때, 그 모든 순간에 저는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영은 중년의 위기에서 방황하던 제 자신을 그렇게 잡아주었고, 앞으로도 바람직한 버팀목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서는 그것이 자칫 중독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인생에 정답이라는 것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엇이든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중심을 잘 잡고 수영에 대한 애정을 건강하게 지켜나가겠습니다 :)